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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世上萬事)

안철수 기부재단의 시작, 그런데 걱정이다


오늘(2월6일) 오전 10시,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자신의 기부 재단 (가칭 '안철수 재단')에 관한 공식 입장을 밝혔다. 얼마전 미국을 방문해 빌게이츠를 만나는 것을 두고 자신의 기부재단을 벤치마킹 하기 위함 이었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는데, 필자는 당시 블로그를 통해 그 소식을 전하며, 규모가 서로 다르니 비슷한 규모의 운영자금을 둔 재단을 벤치마킹 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하는 걱정을 내 놓았는데... 다행히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다. (참고: 빌게이츠 재단, 안철수가 배우고자 하는 것은?)


수평적 나룸 통해 기회의 격차 해소 


기자
회견의 내용을 살펴보면, 자신의 강점인 IT기술과 기부 문화를 접목하는 점에서, 적어도 국내에서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듯 하다. 지금까지의 기부 문화가 '기부자'와 '수혜자'간 수직적 관계 였다면 안철수재단이 지향하는 기부문화는 수평적인 관계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니까, 돈 있는 사람이 돈 없는 사람에게 베푸는 기부가 아니라, 기부를 하고자하는 사람과 기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을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형성해서 현재의 시점에서 기부자(A)와 수혜자(B)의 관계가 이후에는 기부자(B)와 수혜자(A 또는 C)가 될 수 있는 구조라는 것이다.

재단 설립자이자 기부자인 안철수 원장은 "이제까지의 경험을 뒤돌아보면, 최선을 다했는데도 실패한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았는데도 성공한 경우가 있었다. 한 개인이 결과에 영향 미칠수 있는 몫은 3분의 2이고, 나머지 3분의 1은 다른 사람들, 사회가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며, 결과에 대한 정당한 나의 몫은 3분의 2 정도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눔은 많이 가진 사람이 적게 가진 사람에게 시혜성으로 배푸는 것이 아니라 사회로부터 받은 몫을 다시 돌려주는, 수평적인 개념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안철수재단은 "첨단 IT 기술을 기반으로 기부 플랫폼을 제작해 누구나 기부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고 기부자가 수혜자의 다양한 요구를 쉽게 파악해서 선택적으로 기부할 수 있도록 재단의 웹사이트를 단계적으로 구축할 예정"이라고 한다.


다음은 안철수재단 홈페이지에 게재되어 있는 PDF파일 이다. 위에서 말한 가치 선순환 구조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올려 본다. (참고로 안철수재단 홈페이지에서는 기부재단의 이름을 공모하고 있다)



안철수가 벤치마킹한 것은 게이츠재단이 아닌, 키바(KIVA)와 코지스(CUASES)


안철수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외국의 키바(KIVA), 코지즈(CUASES) 등 3~4년전부터 소셜네트워크가 등장하면서 그 기술들을 사회활동에 적극 접목해 많은 성과를 내는 기부모델들이 등장하더라"며 "한국은 아직 기부와 IT첨단기술, 소셜네트워크를 활발히 접목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일부터 시작해서 기부문화를 확산시키는 일을 하고 싶다"고 언급하며 그가 벤치마킹한 재단이 
키바(KIVA), 코지즈(CUASES) 였음을 시사해주고, 위의 PDF파일에서도 두 재단에 관하여 확인 할 수 있다.

키바(좌측)와 코지즈(우측)의 홈페이지


중점사업의 키워드 "열린기회"


안철수재단의 중점사업은 평소 안원장의 말대로 "일자리 창출" "교육지원" 세대간 재능기부" 이 세가지 이다. 신자유주의 하에서 민주주의는 부의 쏠림을 가져왔는데, 이는 결국 기회의 쏠림으로 인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번 안철수재단이 추구하고자하는 바도 "균등한 기회 제공"이 주 목표가 되는 것 같다. (참고: 신자유주의, 한계인가? )


우려되는 점


수평적관계도 좋고, 열린기회도 좋다. 그런데, 생각을 해 보면 이런 선가치순환구조가 가능할까?하는 부분이다. 지금의 청소년들은, 그리고 나를 포함한 많은 젊은 친구들은 여전히 이런 기부문화에 익숙치 않다. 그러니까, 피기부자, 즉 수혜자가 되는 것을 꺼려하고 부끄러워 한다는 것! 
안철수재단의 말대로라면, 수혜를 원하는 사람은 각종 SNS를 통해 '기부가 필요합니다, 나좀 도와 주십시요'하고 광고를 해야 하는데, 그것이 쉽겠냔 말이다. 내가 오해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겠지만, 노스페이스로 계급장을 매기는 청소년들에게는 조금 힘들지 않겠냐는 말이다. 
물론, 지금의 수혜자가 나중에는 기부자가 되면 되지 않느냐? 돈이 없다면 재능을 기부하면 되지 않느냐?하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나중의 이야기 아닌가? 


안철수원장은 서포터로 참여


안철수원장이 존경 받는 이유가 이번 기부재단 출범에서도 드러난다. 재단의 운영을 기부자인 본인이 아니라 제3자에게 위임하고 본인은 재단 운영에 대하여 간섭하지 않을 것을 재단 조직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고문이 이사장으로, 고성천 삼일회계법인 부대표, 김영 (주)사이넥스 대표, 윤연수 KA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 윤정숙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가 이사로 참여했다.  물론, 재단의 설립자로서, 기부자로서 직간접적으로 운영에 참여 하겠지만 자리 욕심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겠다. 가족체제하의 기부재단을 운영하고 있는 재벌들에게 모범 답안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